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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탐구의 여정
기록해두지 않으면 까먹을 것 같아서. 예전에 '데드 식스'라는 비행슈팅 게임이 있었다. 아마 내 고등학생 초엽 쯤이었던 것 같다. 비행슈팅, 특히 현대적 기체를 배경으로 한 비행슈팅 게임이 없나 목말라 하던 차에 '데드 식스'가 나와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성은 정말 조악했다. 속도감은 전혀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미사일로 락온해서 맞추는 쾌감 같은 것도 매우 별로였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해버렸고... 다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로비의 배경음악이 너무 듣기 좋았다. 바로 그 배경음악이 지금 'Faraway So Close'이다. 찾아보니 버전이 두 가지다. 예전에 상상마당에서 라는 앨범을 냈는데 거기에도 들어있다. 본격적인 1집 앨범에 들어있는 음악과는 톤이 다르다. ..
설날이라고 오랜만에 본가에 찾아왔다. 사실 나는 본가에 오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사이가 그렇게 좋지도 않거니와, 집구석을 생각하면 내 인생을 꼬아놓을대로 단단히 꼬아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지금이야 어머니와 그냥 데면데면하니 그럭저럭 다투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한구석에서는 집구석과 영영 결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 때문인지 요즘은 '가정'에 대한 욕망도 조금씩 생겨나는 중이다. 화목까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 반겨주는 가정. 혼자 사는 집에 올 때마다 휑한 공기가 너무 적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본가에 오면 그 적막함이 때때로 증폭된다. 집에 오는 중이라는 어머니의 전화 한 통, 집에 먹을 거 없냐는 동생의 무..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는 Democratic Backsliding을 겪고 있는가? 에 관한 노트. 지난 번 세미나 주제가 Democratic Backsliding이었는데, 관련해서 토론을 짧게 한 뒤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봄. #1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Backsliding이라는 개념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는 것. 민주주의의 후퇴, 혹은 퇴행 정도로 번역이 될텐데 이는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로 퇴행하는 Democratic Breakdown과는 조금 다른 개념.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정부 주도로 민주주의를 제도적, 기능적으로 퇴행시키는 현상을 부르기 위해 나온 개념이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음. 다시 말해 backsliding은 체제 전환기의 특성이 아닌, 체제 전환기로 가는 '경로'를 설명하려는 데 있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민주주의니까. 헌법에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으니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한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정당이 내부적으로 '반드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당위가 있을까? 헌법에서 말하는 '민주적'이라는 것은 얼마나, 어느 정도를 말하는걸까? 민주주의를 마법의 단어처럼 쓰지 않으려면 여기서 말하는 '민주적'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당대표를 평당원이 선출하는 것이 '민주적' 운영인가? 원내대표를 평당원이 선출하는 것이 '민주적' 운영인가? '정당 민주화' 혹은 '당내 민주주의'를 금과옥조..
https://www.youtube.com/live/edtxjGnkG_Q?feature=share 엊그제 스승의날을 맞아 지도교수님 제자모임을 했는데 이런 방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냉큼 봤다.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이런 논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공론조사라고 해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시민대표단을 무작위로 선출하고 이들에게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과 일정 기간 학습시킨 다음, 토론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의결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초라고 하는데 기획이 참 좋다. 사실 정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곤란스러운 편견들은 국회와 정당에 대한 불신이다. 국회의원수를 줄이라든가, 비례대표를 없애야 한다든가 하는 주장들은 정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참 다루기 곤혹스럽..
들어가며 사상 초유의 박빙을 보여주었던 대선이 끝났다.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래도 몇 마디 얹어보려 한다. 어차피 주요한 내용들은 다른 훌륭한 분들이 얘기하실테니, 비슷하게 나올 법한 이야기들은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 내 생각을 적어보겠다. 두서가 없으므로 양해를 바란다. 어차피 필부필부가 하는 말이므로 딱히 인사이트는 없을 것이다. 먼저 모두가 할 법한 얘기.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점에서 초유였다. (1) 선거 관심도가 굉장히 높았고 (2)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초접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높은 선거 관심도는 주요 두 후보에 대한 감정적 호오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저 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 심지어 ..
#1 상당히 재밌었다. 직접 R로 수식을 구현해보면서 통계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추천. 통계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내용들이 잘 설명되어 있고, R을 통해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역시 '맛보기'로 해볼 수 있다. #2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몇 가지: 각 코드가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에 대한 부연설명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물론 지금 수준도 그리 나쁘진 않다. 천천히 코드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 다만 중간에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을 염려하여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이 생략된 부분도 많았다. R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단 통계에 대한 내용인만큼 불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통상 R을 돌리기 위해서는 R studio를 가장 많이 쓰는데, R studio에 대한 설명..
※ 2020년 4월 경에 쓴 글이다. 본문 중 발췌 pp.10-11 오늘날 민주주의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파시즘과 공산주의, 혹은 군부 통치와 같은 노골적인 형태의 독재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종적을 감추고 있다. 최근에는 군사 쿠데타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폭력적인 권력 장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국가가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다른 형태로 죽어간다.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은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 오늘날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p.13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극단주의 선동가는 어느 사회에서나 등장하기 마련이다. (…)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러한 인물이 등..
※ 2020년 1월 경에 쓴 글이다. 군대에서 보자마자 주저없이 집어들었던 책이다. 그 때 당시 문유석 판사님의 페이스북을 팔로잉하고 있었는데, 한창 핫했던 글 몇 편이 책 속에서 보였다. 몇몇 구절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읽었지만 몇몇 구절은 다소 갸우뚱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문 판사님은 이념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른 바 ‘역사의 종언’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이념의 세계이다. 정치는 이념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단순히 정책 내용의 좋고 나쁨만 가지고 대결하는 것은 상당히 나이브한 생각이다. 이념의 대립이 만든 비극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지만, 동시에 이념을 잃어버린다면 대중을 조직할 수 없다. 정치는 갈등과 대립 위에서 대중을 동원하고 조직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
※ 2020년 2월 경에 쓴 글이다. 천관율 기자와 정한울 박사가 에서 기획시리즈로 연재했던 가 책으로 나와 사서 읽어보았다. 인터넷 기사 지면으로만 읽었을 때에는 시리즈가 연재되던 와중이라 새로운 연재분량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질 못하고 드문드문 읽었는데, 책으로 나왔다길래 사서 읽었다. 책의 구성은 무척 알차다. 꼼꼼하게 분석한 기사 본문 외에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화두가 될 만한 꼭지가 무엇이 있을지, 어떤 점을 더 생각해볼 만할지 등 후속편들 역시 탄탄하게 준비돼 있다. A5보다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약 240페이지쯤 되는 이 책은 208여개 문항에 대한 세세한 통계자료와 그에 대한 분석들이 꼼꼼하게 담겨 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분석 기사라기보다는 하나의 ..
T. J. Choi
비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