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Essay

오늘은 말 그대로 조금 '버거운 날'이었다. 왜, 그런 날 있잖아.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삶의 무게가 날 무지막지하게 짓누르는 것 같고, 짓눌리다 못해 생각조차 하기 싫고, 그렇게 회피하다가 결국 무력해지고, 무력해지다가 못해 내 자신이 너무나 쪼그라들어 보이고, 삶이라는 이 망망대해 속에서 그저 표류하는 듯한 막막함만을 껴안은 채 그럼에도 어쨌든 한두발자국씩이라도 내딛어야 하는 그런 날들. 어느 순간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느낀 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불현듯, 무의식중에 느끼게 되면 나도 모르게 회피해버리는 아주 나쁜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 언제까지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나는 당장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서 도망가게 되는건지. 사실 막상 부딪혀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열에 ..
설날이라고 오랜만에 본가에 찾아왔다. 사실 나는 본가에 오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사이가 그렇게 좋지도 않거니와, 집구석을 생각하면 내 인생을 꼬아놓을대로 단단히 꼬아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지금이야 어머니와 그냥 데면데면하니 그럭저럭 다투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한구석에서는 집구석과 영영 결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 때문인지 요즘은 '가정'에 대한 욕망도 조금씩 생겨나는 중이다. 화목까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 반겨주는 가정. 혼자 사는 집에 올 때마다 휑한 공기가 너무 적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본가에 오면 그 적막함이 때때로 증폭된다. 집에 오는 중이라는 어머니의 전화 한 통, 집에 먹을 거 없냐는 동생의 무..
T. J.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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