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최상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적절한가에 대한 평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는 대의기구인 입법부의 우위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한 정당이 경쟁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제도적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구성되고, 국회가 법률안을 통과시켰다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규범이다. 소위 ‘의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의회가 가지는 우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 원리인 ‘인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입법부이기 때문.
그러나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인류 역사가 말해주듯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마련이므로, 선대의 민주주의 설계자들은 다양한 장치를 두었다. 권력 분립 체계는 어느 한 기관이 다른 기관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각 기관이 고유한 독립성을 가지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 민주주의 제도의 기본 틀이라 하겠다. 대통령의 거부권 또한 그런 견제 차원에서 주어진 권한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단순히 ‘제도’로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언뜻 보면 한 기관이 다른 기관에 대해 ‘견제’를 행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해보인다. 그러나 어떤 정치체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범은 존재한다. 규범, 관행, 관례 등은 제도가 촘촘하게 규정하지 못한 인간의 행위들을 규제한다. 어떤 권한은 비록 제도적으로 주어졌어도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규범을 깨려면, 규범을 깰 수 밖에 없는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규범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연성 가드레일’이다.
이런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가 이런 규범적 차원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상목은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거나 ‘여야합의를 해달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대면서 법률안을 거부해왔다. 기본적으로 법안이 제출되고 의결되는 과정에서 법안소위의 심사 등 체계적 심사과정을 거쳐 의결되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최상목이 ‘여야 합의’를 운운한다거나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라고 주장하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마치 입법부의 의결을 행정부가 ‘상급기관’으로서 사후 승인하는 행태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지금의 정치가 여-야 간 극한대립, 행정부-입법부 간 극한대립이라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윤석열이 날아간 지금에 와서 행정부는 민주적 규범을 준수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켜본 바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가 거부하고 있는 법안들은 대체로 여당이나 행정부, 특히 ‘내란 가담자’로 의심받는 각료들에게 매우 불리한 것들이다. 그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회가 작동해야 한다.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의결권을 거의 완전히 무시하고, 국회의 의결을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기관으로서 군림하는 행태로 보인다. 아마 나를 비롯해 사람들이 최상목에 대해 분개하는 이유 중 하나도 국회의 의결권을 무시하는 행태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권력 분립의 작동인가?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가 ‘권력 분립의 작동’이라는 주장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논의할 수 있다.
첫째는 제도적 차원이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학자 및 국회입법조사처의 의견과 함께 ‘거부권이 아닌’ 제도적 대응을 들 수 있다.
ⓐ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적 한계를 갖는다. 만약 대통령이 의회의 법률안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거부권을 쓸 수 있다면 의회는 기능할 수 없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적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은 일찍이 헌법학자 이준일(2023) 등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입헌주의와 의회주의를 존중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그것이 허용된다면 체제는 독립 기관 간의 영원한 내전으로 빠져들고, 체제는 기능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참고문헌을 달아둔다.
“대통령에게 입법절차에 대한 참여권으로서 법률안거부권이 인정된다고해도 그러한 권한이 국회의 법률안의결권을 침해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 (이준일 2023, p.1)
ⓑ 또다른 제도적 차원은 최상목이 지속적으로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라고 판단하는 부분이다.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와 비슷하게 최상목 또한 ‘위헌 요소’를 사유로 들며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가 밝히고 있듯이, 거부권은 “적극적인 형성권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 행사 하자에 대한 소극적인 제재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김선화 2024, p.3). 국회의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상목의 주장처럼 법률안에 위헌요소가 있다면 헌법재판소에 맡길 수도 있다. 행정부가 입법부의 권한 행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위헌 요소가 아니라면, 제도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것이라면, 행정부는 ‘헌법적 판단’은 다른 독립기관에 맡기는 것이 낫다. 그러나 최상목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위헌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라는 애매한 말을 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쟁점이 있는 위헌 요소라면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다. 그것을 최상목이 사전에 판단하여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최상목은 헌법재판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규범적 차원으로, 대통령에게 설령 거부권이 부여되었다 하더라도 ‘규범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거부권이 ‘소극적 제재권’이라면, 규범적으로는 독립 기관의 권한 행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것. 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의 총합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규범에 의해서도 작동한다. 규범과 관례, 관행 등이 주는 구속력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큰 줄기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동일하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선출되었더라도, 행정부가 입법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규범이다. 앞에서 교과서같은 말을 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는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지켜져 왔던 규범이기도 하고,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켜져야 하는 일반론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거부권 뿐만 아니라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는 행태로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왔다. 윤석열의 거부권 정치/시행령 정치가 비판받는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의회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시행령을 통해 의회를 우회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 나아가 거부권을 통해 의회의 입법을 무력화하는 행태가 전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규범을 깨뜨리려면 그에 걸맞는 합당한 이유들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윤석열은 단지 야당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공개적으로 호칭하며 적대적인 언어를 사용해왔다. 국회 개원 연설 불참(노무현 정부 이후 최초), 영수회담 제안 거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하지 않은 장관 임명 17건 등 국회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적대하는 행태를 보였다.
윤석열이야 막가파에 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권위주의자라서 그렇다고 치자.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아무리 거부권의 무게가 가벼워졌다고 해도 최상목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한다면 기본적으로 윤석열에 의해 무너진 의회주의를 먼저 복원하는 것이 순서다. 의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상목은 시종일관 의회와 법원 위에 군림한다는 태도로 계속 버티고 있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건에 대해 헌재가 최상목에게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뭉개고 있는 사례는 대표적이다. 그 자신조차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위헌’ 사유를 들며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입헌주의에도, 의회주의에도 어긋난다.
이런 맥락에서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가 ‘권력 분립의 작동’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내 판단으로는 사후적으로 끌어다 쓴 변명에 불과하다.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가 권력분립의 작동이라는 견해가 충실한 근거를 가지려면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가 ‘적절한 권한 행사’라는 주장부터 소명되어야 한다.
(다) 국회의 탄핵 소추권 남용(?)에 대하여
거부권에 대해 비판하면 보통 ‘줄탄핵’을 대비하여 언급하는데, 사실관계는 정확하게 짚고 가는 게 좋겠다. “거부권은 부당하고 줄탄핵은 정당하냐”라는 것이 주장의 골자인데,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주장하면서 실체를 호도하는 전형이라 하겠다. 내 판단으로는 아주 나쁜 주장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20년부터 21대부터 현재 22대까지 국회 차원에서 탄핵소추안 ‘발의’는 총 31건이다. 이 중 2020년 7월 20일 추미애 법무부장관 탄핵안과 2021년 2월 임성근 법관에 대한 탄핵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벌어진 탄핵이므로 이를 제외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이 주도하여 ‘발의’한 것은 총 29건이다.
No. | 의안명 | 제안자명 | 제안일자 | 의결일자 | 의결결과 | 심사진행상태 |
1 |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 박성준의원 등 170인 | 2024-12-26 | 2024-12-27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2 |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 박찬대의원ㆍ황운하의원ㆍ천하람의원ㆍ윤종오의원ㆍ용혜인의원ㆍ한창민의원 등 190인 | 2024-12-12 | 2024-12-14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3 | 경찰청장(조지호)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70인 | 2024-12-10 | 2024-12-1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4 | 법무부장관(박성재)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70인 | 2024-12-10 | 2024-12-1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5 |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소추안 | 김민석의원 등 170인 | 2024-12-07 | 2024-12-10 | 폐기 | - |
6 | 국방부장관(김용현) 탄핵소추안 | 박성준의원 등 170인 | 2024-12-04 | 2024-12-08 | 폐기 | - |
7 |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 박찬대의원ㆍ조국의원ㆍ천하람의원ㆍ윤종오의원ㆍ용혜인의원ㆍ한창민의원 등 191인 | 2024-12-04 | 2024-12-08 | 폐기 | - |
8 | 검사(최재훈)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9 | 검사(조상원)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0 | 검사(이창수)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1 | 감사원장(최재해) 탄핵소추안 | 이성윤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2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진숙) 탄핵소추안 | 김현의원ㆍ이해민의원ㆍ윤종오의원 등 188인 | 2024-08-01 | 2024-08-0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3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무대행(이상인) 탄핵소추안 | 김현의원 등 170인 | 2024-07-25 | 2024-07-28 | 폐기 | - |
14 | 검사(엄희준) 탄핵소추안 | 장경태의원 등 170인 | 2024-07-02 | - | - | 소관위심사 |
15 | 검사(박상용) 탄핵소추안 | 장경태의원 등 170인 | 2024-07-02 | - | - | 소관위심사 |
16 |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안 | 장경태의원 등 170인 | 2024-07-02 | - | - | 소관위심사 |
17 | 검사(강백신) 탄핵소추안 | 장경태의원 등 170인 | 2024-07-02 | - | - | 소관위심사 |
18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김홍일) 탄핵소추안 | 김현의원ㆍ이해민의원ㆍ윤종오의원 등 187인 | 2024-06-27 | 2024-07-05 | 폐기 | - |
19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탄핵소추안 | 고민정의원 등 168인 | 2023-11-29 | 2023-12-03 | 폐기 | - |
20 | 검사(이정섭)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28 | 2023-12-0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21 | 검사(손준성)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28 | 2023-12-0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22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탄핵소추안 | 고민정의원 등 168인 | 2023-11-28 | 2023-11-29 | 철회 | 철회 |
23 | 검사(임홍석)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09 | 2023-11-09 | 철회 | 철회 |
24 | 검사(이희동)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09 | 2023-11-09 | 철회 | 철회 |
25 | 검사(이정섭)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09 | 2023-11-10 | 철회 | 철회 |
26 | 검사(손준성)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09 | 2023-11-10 | 철회 | 철회 |
27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동관) 탄핵소추안 | 고민정의원 등 168인 | 2023-11-09 | 2023-11-10 | 철회 | 철회 |
28 | 검사(안동완)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06인 | 2023-09-19 | 2023-09-2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29 |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소추안 | 박홍근의원ㆍ이은주의원ㆍ용혜인의원 외 173인 | 2023-02-06 | 2023-02-08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30 |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 이탄희의원 등 161인 | 2021-02-01 | 2021-02-04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31 | 법무부장관(추미애) 탄핵소추안 | 주호영의원 등 110인 | 2020-07-20 | 2020-07-23 | 부결 | 본회의의결 |
그러나 표에서 보다시피, 23년 11월 9일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모두 철회되었고, 김홍일, 이동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국회가 주도하여 ‘원안 가결’한 것은 13건이고, 그 중 12.3 비상계엄 이후 발의한 것은 4건, 비상계엄 이전(12월 2일) 발의하고 이후 의결(12월 5일)한 것이 4건이다. 이를 표로 다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No. | 의안명 | 제안자명 | 제안일자 | 의결일자 | 의결결과 | 심사진행상태 |
1 |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 | 박성준의원 등 170인 | 2024-12-26 | 2024-12-27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2 |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 박찬대의원ㆍ황운하의원ㆍ천하람의원ㆍ윤종오의원ㆍ용혜인의원ㆍ한창민의원 등 190인 | 2024-12-12 | 2024-12-14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3 | 경찰청장(조지호)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70인 | 2024-12-10 | 2024-12-1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4 | 법무부장관(박성재)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70인 | 2024-12-10 | 2024-12-1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5 | 검사(최재훈)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6 | 검사(조상원)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7 | 검사(이창수) 탄핵소추안 | 한준호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8 | 감사원장(최재해) 탄핵소추안 | 이성윤의원 등 170인 | 2024-12-02 | 2024-12-05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9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진숙) 탄핵소추안 | 김현의원ㆍ이해민의원ㆍ윤종오의원 등 188인 | 2024-08-01 | 2024-08-02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0 | 검사(이정섭)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28 | 2023-12-0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1 | 검사(손준성)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68인 | 2023-11-28 | 2023-12-0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2 | 검사(안동완) 탄핵소추안 | 김용민의원 등 106인 | 2023-09-19 | 2023-09-21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13 |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소추안 | 박홍근의원ㆍ이은주의원ㆍ용혜인의원 외 173인 | 2023-02-06 | 2023-02-08 | 원안가결 | 본회의의결 |
쟁점이 되는 것은 비상계엄 이전에 벌어진 탄핵 건이다. 윤석열이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라는 주장이나 윤석열을 지지하는 측이 ‘민주당의 줄탄핵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려면 비상계엄 이전의 탄핵이 과연 ‘줄탄핵’인지, ‘국정마비’에 준하는 상황인지를 따져야 한다. 비상계엄 이후에는 민주당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니 논외로 하는 게 좋겠다. 비상계엄 때려놓고 민주당 잡겠다고 국회로 군대까지 투입했는데, 그런 극한 상황에서는 야당도 모든 수단을 써야 하는 상황이니까.
의결은 따지지 않고 단순히 ‘제안일자’만 따졌을 때 비상계엄 이전 탄핵발의 건수는 22건이다(아마 이것이 ‘줄탄핵’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일 것이다). 이 중 실제로 국회에서 가결되고 직무정지되어 효력을 발휘한 소추안은 9건이고, 그 중에서도 정부 각료라고 할 만한 사람은 행안부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정도가 전부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책임 문제로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른 사람이고,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방송장악 의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어온 사람이다.
건건히 따졌을 때 민주당의 탄핵이 바람직한 방향이었느냐는 논쟁사안일 수 있겠다. 그러나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보면 세 사람을 탄핵한 것이 ‘국정 마비’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검사 탄핵일텐데, 검사를 탄핵하면 ‘국정이 마비’되는가? 그것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은 정치적 논쟁의 영역이지 국정 마비를 논할 부분은 아니다. 민주당이 국정을 마비시킬 의도로 탄핵안을 발의했다면 정부 각료들을 전부 탄핵하는 것이 낫다. 이재명의 방탄을 위한 ‘줄탄핵’이 ‘내란’인가? 역시 근거가 빈약하다.
물론 국회가 탄핵안을 성의없이 남발한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거부권이 규범적으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듯, 탄핵 역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 점에서 민주당 또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겠으나, 실제 발의되고 ‘의결’된 탄핵소추안들이 중대하게 국정을 마비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줄탄핵’이라는 비판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입법부 우위의 원칙을 고려하면 입법부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던 행정부에 대해 탄핵 카드를 꺼내는 것이 과한 수단인지 또한 의심스럽다.
반대로 윤석열의 거부권은 재임기간 동안 ‘25번’ 행사되었다. 한덕수, 최상목까지 더하면 그 횟수는 38번에 육박하고, 최상목은 ‘권한대행’으로서는 최초로 9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거부권 행사 숫자이다. 심지어 해당 거부권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회에서 수정 및 재의결을 거쳤음에도 반복해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때때로 정부발의안까지 거부한 사례도 있기도 하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민주당의 독단으로 처리된 법안들이라는 주장도 하던데, 이는 절반만 맞는 사실로 확인됐다. 실제로는 정부 발의 법안을 반대한 경우도 있고, 국민의힘에서 찬성 표결을 던진 법안 또한 존재한다.
[팩트체크]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독단 처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조경태 의원 |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
[팩트체크]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독단 처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조경
지난 5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 구제 특별법 등 4개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요. 6월 11일 CBS ‘김현정의 뉴
campaigns.do
(라) 소결
최상목의 거부권 행사는, 현재 시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국회의 의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회의 ‘줄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딱히 부합하지도 않는다.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라는 주장은 더더욱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반대로 거부권으로 인해 국회의 의결권은 상당한 수준으로 침해받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최상목의 거부권에 대해 분개하고 비판하는 것 또한 이러한 거부권 행사가 지속적으로 ‘남용’되어 온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의회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행정부의 무제한적 거부권을 허용하는 것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민주적 선거로 뽑혔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의회다. 어째서 지금, 이 시점에, 의회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교리를 역설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보통 행정부와 의회가 이렇게 서로의 권한을 가지고 대립하는 걸 ‘교착상태’라고 부르는데, 민주주의의 미덕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시종일관 타협을 거부했고, 야당을 향해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 등 적대적 언어를 일삼았으며, 명백한 Democratic Backsliding이라 평가할 수 있는 행태를 보여왔다. 또한,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과 군대를 동원한 국회 통제라는 최악의 수단을 선택했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제할 수 없다. 이는 우리의 헌법이 정한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현재의 쟁점도 바로 대통령의 계엄 권한 행사가 헌법적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은 이 쟁점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