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중 그 누구도 벌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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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Essay
왜 어떤 삶은 저주받은 듯 고통스럽고, 왜 어떤 삶은 형벌을 받는 듯 괴로운가.오늘 나를 괴롭혔던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벌 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장 하나를 수첩에 적어놓고 가만히 들여다봤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렇게 마치 안갯 속을 헤매이듯, 나는 그 문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수첩에는, 그 뒤로 더 문장을 쓰지 못했다.삶에 대해 더 말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나의 문장은 언제나 그 순간에 멈춘다. 내가 느끼는 감각, 감정의 해상도가 흐릿하게 변하는 그 생경함은,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되었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삶에 관한 에세이를 더 많이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 내가 쓰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흰고개 검은고개>, 이제는 곧 사라질 추억과 나의 20대를 향한 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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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Essay
2012년 가을께, 를 알았다. 그 후로 벌써 10년, 아니 12년도 더 흘렀다. 십이간지가 한 바퀴 돌 만큼의 세월을 함께 한 술집이다. 지난 금요일, 이 곳에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모임을 가졌다.가게가 있는 동인천 일대가 이제 재개발 수순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이사 비용'만 챙겨줄 뿐이고 나머지 비용은 알아서 감당해야 한다고. 너무나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장님은 가게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친구들, 선후배와 함께 만든 작은 단톡방이 있다. 이름은 . 신입생, 선후배를 포함해 들어왔다 나갔다 몇 차례 순환이 있었다가 현재는 7명으로 정착했다. 톡방에 나가 있지만 여전히 연락하고 있는 친구들을 합하면 9~10명 쯤 되는 규모다. 시즌마다 모여서 ..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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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Essay
[1] 글을 쓴다는 것블로그에 계속 이런저런 글들을 막 쏟아내고 있는데, 크게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절제하기 위해서. 12.3 내란 사태 이후 수많은 언어가 오염되었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들을 뻔뻔스럽게 우겨대는 파렴치한들이 너무 많아졌다. 난 이들이 전부 입을 닥쳤으면 한다. 그래도 이렇게 끓어오르는 분노들은 대체로 글을 쓰다보면 어느정도 정제가 된다. 분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말도 안되는 궤변들을 어떻게 격파할 수 있을지 하나하나 짚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두번째는 내 글과 생각을 좀 다듬기 위해서다. 직장에서 근무한지 이제 1년 반도 넘었다. 그 동안 각종 보고서며 제안서를 무지막지하게 썼다. 거짓말 좀 보태면 한 달에 A4 용지로 200장씩을 너끈히 썼을 ..
블로그를 꾸미는 일의 번거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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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Essay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살리자고 마음 먹은 이후, 블로그에 대대적인(?) 개편들을 추진하고 있다.우선 가장 먼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가독성이다. 나는 명조체 글꼴을 좋아하는데, 웹폰트로 쓸 만한 명조체 폰트가 한정적이다. 나눔명조나 함초롬바탕, 조선신명조 정도가 웹폰트로 나은 것 같은데, 다만 이게 웹폰트로 적용해보니 가독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Kopub 바탕이 사실 내 기준에선 제일 깔끔하지만, 웹폰트로 쓰는 방법은 모르겠다. 지금은 조선신명조를 쓴다. 기본 서체도 그냥저냥 통일성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한데, 명조체 쓰던 버릇 어디 가겠나.각주 기능도 살리고 싶다. 그런데 현재 스킨에서는 각주를 달면 너무 이상하게 나오는 게 문제다.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를 몰라서 하릴없..
조금은 버거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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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Essay
오늘은 말 그대로 조금 '버거운 날'이었다. 왜, 그런 날 있잖아.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삶의 무게가 날 무지막지하게 짓누르는 것 같고, 짓눌리다 못해 생각조차 하기 싫고, 그렇게 회피하다가 결국 무력해지고, 무력해지다가 못해 내 자신이 너무나 쪼그라들어 보이고, 삶이라는 이 망망대해 속에서 그저 표류하는 듯한 막막함만을 껴안은 채 그럼에도 어쨌든 한두발자국씩이라도 내딛어야 하는 그런 날들. 어느 순간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느낀 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불현듯, 무의식중에 느끼게 되면 나도 모르게 회피해버리는 아주 나쁜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 언제까지고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나는 당장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서 도망가게 되는건지. 사실 막상 부딪혀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