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멸감과 모욕감을 안겨야 한다
(1) 민주공화국을 조롱하는 윤석열의 퇴거행진
윤석열이 관저에서 퇴거하는 장면은 민주공화국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조롱 그 자체였다. 그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명예로운 퇴임인 양 한남대로 한쪽을 온전히 차지하며 행진(?)을 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열렬히 환영했다. 민주공화국에 노골적인 반역을 저지른 죄인의 퇴거 장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연출이다. 윤석열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이, 자신이 저지른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위에 대해서 일말의 사과조차 없었다. 그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선동적 메시지만을 내놓을 뿐이었다. 이미 윤석열은 파면되어 ‘시민 윤석열’이 되었음에도, 퇴거 순간의 그는 ‘시민 윤석열’이 아니었다. 공화국의 반역자라고 볼 수도 없었다(왜 그에게 이러한 특혜가 주어졌는지, 나중에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은, 그리고 그 지지자들은, 민주공화국에 불복할 것이다. 한 사회의 민주적 규범을 송두리째 형해화 시켜놓았음에도, 그들은 그저 권력의 쟁투에서 밀려났을 뿐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그저 애국을 했을 뿐이었다고 자위하고 있을게다. 헌재가 압도적으로 8:0 인용 판결을 내렸어도 그렇다. 이미 그런 심리 상태는 “나라를 잃었다”라든지, “체제 전쟁”과 같은 허무맹랑한 구호를 더 강하게 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으로 국면은 어쨌든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은 일종의 허니문이랄까, 또는 영광의 순간(?)을 누리는 중이다. (그들 입장에서) 개선장군이 된 윤석열, 그리고 향후 윤석열을 중심으로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뒤흔들고 전복하기 위한 세력의 결집과 과시.
그들에겐 영웅이 필요하다. 그들의 바람은 한국을 독재 국가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간첩 종북 빨갱이 민주당을 모조리 제거하고 국가를 ‘청결’하게 만들 강력한 지도자를 세우는 일이다. 한국이 설령 국제사회로부터 ‘독재국가’라고 평가를 받더라도 그들에겐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성전’이다. “지금 한국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릴 독재국가라고 평가하다니. 당신들이 틀렸다. 우린 자유민주주의다. 우린 성전의 최전선에 있다.”
(2) ‘고립’보다 ‘모멸’이 필요한 이유: 침묵 대신 공개적 조롱으로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민주주의를 퇴행시킬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의 등장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이고 파괴적으로 민주주의를 살해하는 집단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윤석열을 ‘영웅’이라 치켜세우는 그들의 레토릭에서 민주공화국은 언젠가 이들 손에 의해 절명하리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극우 집단은 다시 세력을 불려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윤석열의 파면을 부정하면서, 쿠데타 시도가 정당했다고 우기면서, 자신들이 ‘쿠데타를 저지른 반민주주의자’들이 아니라 ‘간첩과 중공에 먹힐 뻔한 국가를 구하려던 구국의 영웅’ 쯤으로 포장할 것이다. 자신들의 실패는, 또는 윤석열의 실패는 단지 ‘북한과 중공에 포섭된 간첩들이 국가를 장악하고 있어서’ 패배한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런 세계관이 극단적으로 위험하다는 것 쯤이야 평균적인 인식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대단히 고차원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학습해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인미수죄를 저질러놓고 “경고성 행동”이었다고 주장하는 어떤 정신나간 인간을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을 저질러놓고 ‘경고성 계엄’이라는 말은, 실제로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군대에 의해 시민의 기본권이 통제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리라는 점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헌재의 판결문도 이 점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들 극우의 세계관에서는 군대로 국회를 공격하는 것이 ‘정당한 일’이 되고, 불법 비상계엄 또한 ‘계몽령’이 된다.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는 개념들이 둥둥 떠다니지만, 음모론적 주장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뒷받침해준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선관위 간첩 99명’ 음모론은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그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윤석열이 무책임한 파시스트라는 점은 이런 거짓말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윤석열은 명백하게 민주공화국에 정면으로 도전한 쿠데타 기획자, 반(反)민주주의자이다. 이건 수백번, 수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를 추종하고 지지하는 것 또한 반민주주의의 연장선상이다. 나는 이러한 윤석열의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공론장으로 불러내고,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바보 같고 저열한지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모멸론’이라고 할까. 민주공화국에 도전하는 저 극단주의적 생각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철저한 모멸감을 안겨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느냔 말이다. 예를 들면, ‘선관위 간첩 99명’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고 있는 일군의 집단을 토론장으로 불러내어 그들의 주장을 스스로 입증하게 하고 청문회 형식으로 그들 주장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미 자기모순과 허구로 가득 찬 그들의 주장은 언론 몇몇이 ‘얘네 거짓말한다’라고 고발하는 형식으로 보도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선관위 간첩 99명 음모론’은 메이저 언론에서 거짓이라고 보도된 이후 종적은 감춘 듯 하지만, 이런 지나치게 과장된 음모론이 아닌 부정선거 음모론처럼 좀 더 체계화된 거짓말들은 아무리 거짓이라고 대응해봐야 효과가 별로 없는 듯 하다.
극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한동안 소위 ‘고립론’이 힘을 얻었는데, 나는 고립론은 이제는 한가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은 음지에서 살에 살을 덧붙이며 성장한다. 거짓말이 공론장으로 고개를 쳐드는 순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이유도, 이미 그들 나름대로 믿음의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거짓으로 지적된 사실들을 다른 믿음이 메울 수 있는 일종의 ‘레버리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론장에 던져지므로, 거짓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이크를 주지 않는 것은 단기적으로 그들을 무시함으로써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름대로 믿음의 체계를 구성한 이후 힘을 얻게 된다면 대응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먼저 불러내어 추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모멸감’이 필요하다.
(3) 윤석열에게서 명예를 박탈하라
윤석열은, 이러한 대응의 연장선상에서, 반드시 포토라인에 서고 사형대로 가야만 한다. 그의 거짓말과 망상이 집중포화를 맞고, ‘시민 윤석열’로서의 명예조차 남지 않을 만큼 잔혹하고 비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언론들이 그러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또, 민주당 역시 그러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윤석열은 살려둘 수 없다. 그는 공화국의 반역자다. 민주당이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다수파로서 자리 잡기 위한 사전 작업은, 윤석열을 얼마나 잔혹하고 비정하게 잡아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나는 민주당이 좀 더 잔인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윤석열에게 만큼은 말이다.
좀 더 사심을 가득 담아 말하자면, 나는 윤석열을 향해서 만큼은 그 어떤 예우도, 하다 못해 시민으로서의 예우조차 필요 없다고 본다. 윤석열은 민주공화국에 반역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공동체를 떠받치던 모든 규범들을 형해화시키고, 제도를 파렴치하게 해킹하며 자기 지지세력 규합에만 골몰했다.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고 치명적인 언어적/개념적 오염을 퍼뜨렸고, 지성을 끔찍하게 모독했다. 나는 그의 죗값은 오로지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으로서만 감당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잔혹하고 처절하며 끝없이 고통스러운 죽음만이, 그의 죗값을 아주 일부분 대신 해줄 것이다.
공화국의 반역자에게 영원한 모욕과 고통스러운 죽음만이 있으라.
2. 부정선거 음모론을 끝내는 방법?
‘모멸론’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도 극우 진영을 뭉치는 가장 주요한 의제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이 탄핵심판 변론에서 직접 들고 오기도 했고, 윤석열 변호인단은 어처구니 없게도 ‘선관위 중국인 99명 간첩설’을 공개적으로 끌고 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나온 나경원은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기도 했다. 얼마 전 선관위의 시연장에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을 대거 끌고 오기도 했다(경향신문, 선관위 시연장에 나타난 부정선거론자들…“CCTV를 어떻게 믿냐” “지문인식도 뚫려”. 25.04.10.).
부정선거 음모론은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초적인 뼈대를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음모론이다. 한국의 선거관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절차상 부정선거가 일어날 수가 없는 구조임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지금 굉장히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단순히 ‘상대 후보가 돈을 뿌렸다’와 같은, 개인의 은밀한 일탈 행위로 벌어지는 작은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체계적인 부정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는 선거의 정당성 자체를 뒤흔들기 위한 공격이다. 이런 주장이 용인된다면, 상대편의 당선을 두고 그냥 ‘시스템의 부정’이라고 몰아가기만 하면 된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직접 ‘자중하라’든지, ‘가능성 없다’라고 못 박은 적도 있다(예를 들면, 이런 기사). 그러나 지금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국민의힘은 지금도 공개적으로, 단호하게 선을 긋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정선거 음모론은 앞으로 국민의힘의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자신들의 세를 규합하고 지지를 끌어모아 세력을 보존하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서 부정선거 음모론은 훌륭한 땔감이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민주공화국의 기본 골격을 공격하는 중대한 행위로 간주한다면, 하루 빨리 이것을 종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사실들은 드러나 있다. 여러 대법원 판결로도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차례 입증됐다. 헌재 또한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들에게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정당성을 뒤흔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원적인 부분으로 파고들어 보면, 아마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가 가장 클 것이다. 이들에게 민주당이 다수파가 된다는 건 그 자체로 ‘내란’이기 때문에, 전혀 성립하지 않는 말들을 억지로 우겨서라도 민주적 정당성을 흔들어야만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 가깝다. (예전에 썼던 이 글의 연장선상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아이디어 스케치 겸, 사심(?)을 담아서 써보자면 이렇다. 실현되지 않을 이야기이므로 조금은 흘려 읽으시라.
주요 골자는 ‘모멸론’의 연장선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대대적인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부정선거를 입증하기 위한 국민검증단을 구성한다. 한 쪽에서는 선관위와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이들의 주장들에 대한 반론 자료를 준비한다. 그 후, 공개된 법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공개적으로 검증해간다. 필요하다면 시연도 하고, 전문가들의 반론 또한 곁들인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명확한 ‘주장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미국 도버에서 있었던 ‘창조론과 진화론 재판(도버재판)’처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측은 자신들의 주장의 목록을 만들고 그를 입증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재판부는 국제선거감시기구에서 담당한다. 그리고 이들은 필요하다면 관련된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다. 모든 주장과 반론, 검증 과정은 유튜브와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된다. 모든 자료는 온라인에 공개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이걸 ‘게임’이라고 했다. 모든 국민이 한 쪽에 베팅을 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면, 부정선거 음모론에 베팅한 사람들은 모든 소송 비용과 함께 그간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추산한 모든 비용을 감당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린 이들에 대해서는 집단적 형사처벌까지 감당해야 한다. 부정선거라면, 의원 총사퇴와 함께 재선거를 치른다.
좀 더 솔직한 심정을 담아서 말하자면 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손목 정도는 베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의심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할텐데,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음모론을 완전히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근간을 뒤흔들기 위한 악의적 음모론이라는 점에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이 단순히 ‘의심’이라고만 한다면 그건 파렴치하고 사악한 주장이다.
실현되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한 편에서는 이런 극단적 수준의 공격적 검증행위가 있어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입을 다물게 되지 않을까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검증하자고 하고, 여기에 비용을 물리겠다고 하면 과연 얼마나 베팅에 응할까? 악의에는 단호하고 선명한 메시지가 필요한 법이다. 지금은, 막대한 비용을 물리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