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쓴다는 것
블로그에 계속 이런저런 글들을 막 쏟아내고 있는데, 크게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절제하기 위해서. 12.3 내란 사태 이후 수많은 언어가 오염되었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들을 뻔뻔스럽게 우겨대는 파렴치한들이 너무 많아졌다. 난 이들이 전부 입을 닥쳤으면 한다. 그래도 이렇게 끓어오르는 분노들은 대체로 글을 쓰다보면 어느정도 정제가 된다. 분노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말도 안되는 궤변들을 어떻게 격파할 수 있을지 하나하나 짚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
두번째는 내 글과 생각을 좀 다듬기 위해서다. 직장에서 근무한지 이제 1년 반도 넘었다. 그 동안 각종 보고서며 제안서를 무지막지하게 썼다. 거짓말 좀 보태면 한 달에 A4 용지로 200장씩을 너끈히 썼을 거다. 한 달에 40~50 페이지짜리 보고서가 못해도 3개, 많으면 5개도 나갔으니까.
문제는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정작 내 글쓰기가 한 방향으로 굳어져 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들더랜다. 그래서 나름 이렇게 일상 글도 좀 쓰고, 정돈된 글도 쓰면서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는 감각을 잃어버린 듯 하다. 내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표현이 그다지 풍부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단점으로 보인다. 직관적으로 읽히면서도 풍부한 표현을 쓰는 건 양립 가능한 과제 같은데, 직관성에만 신경 쓰다보니 표현의 풍부함은 놓쳐버린 기분.
소설을 좀 읽으면 나아질까 싶은데. 물론 소설이 요구하는 문장과 논문/사회과학적 글쓰기가 요구하는 문장은 엄연히 다르다. 아무튼 표현을 좀 풍부하게 가져가고 싶은 욕심은 늘 가지고 있다.
아직 못 쓴 글이 많다.
[2] 글쓰기 툴에 대한 아무말
글을 쓰면서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툴은 노션이다. 노션으로 글쓰는 게 아무래도 편하다. 마크다운 지원도 되고, 자료 아카이빙도 쉽다.
문제는 요즘 노션이 가끔 롤백된다는 것.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두 세글자씩 씹히는 경우가 많아지고, 문단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그럴 땐 워드를 켜고 다시 쓰는데, 자료를 한 곳에 강박증적으로 몰아둬야 하는 내 성격상 노션과 워드를 번갈아 가며 쓴다는 게 심적으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 편에서는 LaTeX을 쓰는 것도 신경쓰인다. 워드로 뽑는 PDF는 예쁘지 않다! 그러나 LaTeX으로 뽑는 PDF는 수려하고 미관상 가독성도 아주 마음에 든다. 워드로도 만들 수 있겠지만, 뭔지는 몰라도 LaTeX으로 뽑는 게 훨씬 마음에 들 때가 많다.
문제는 윈도우로 쓰는 LaTeX은 만들 때 부가적인 파일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예전에 맥북으로 작업했을 때에는 .tex 파일만 생성되고 말았는데, 이상하게 윈도우에서는 부가파일 생산이 너무 많이 된다. 없애고 싶은데 없앨 방법도 모르겠다. 만들고 나서 나중에 지우면 그만이긴 하지만. 자잘한 오류는 예삿일이고.
최근에는 Quarto 라는 툴도 알았다. R을 이용해 마크다운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툴을 바꿔 가면서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 가장 큰 바람은 노션에서 글꼴을 좀 다양하게 지원해줬으면 한다는 거다. 뭐 확장을 설치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불편하다. 노션에서 네이티브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3] 다시 시작한 게임
요즘 수면 패턴이 굉장히 불규칙해졌다. 새벽에 잠이 하나도 오질 않는가 하면, 전날 미친듯이 잤음에도 다음날 점심만 되면 눈이 감겨오는 증상이 생기질 않나… 단순히 생활패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적 문제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누군가 말하길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을 동반하지 않은 무기력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이게 약으로 해결되는 문제면 약이라도 먹어서 해결해야 하나 싶은 것이다. 생활패턴이 엉망이 되어버리니 자연스레 일에 집중도도 떨어진다.
잠이라도 좀 제대로 자려고 시작한 게 게임이다. 원래 헤비 게이머였는데, 대학원 다니고 직장 다니고 하면서부터는 게임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한 게 어릴 때 했던 <이터널시티>. 망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있는 신기한 게임이다. 요새 스타터팩이다 지원패키지다 뭐다 해서 초심자들이 적응하기 쉽게 고성능 장비들을 주는데, 덕분에 어릴 때 절대 깨지 못했던 2003년 캠페인을 깼다. 시시하게 깨져서, 뭔가 좀 아쉬웠지만.
고전 게임을 계속 찾는 현상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게임 그 자체보다도 그 게임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추억한다, 라고 말하잖아. 게임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내가 이터널시티를 했던 당시를 그리워한다는 감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릴 때 했던 이터널시티에서 느껴지는, 그 당시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에너지, 역동성, 활발함, 뭐 그런 것들이 그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게임이 재밌으려면, 결국 온라인 게임이니까 사람들이 많아야 하고,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많아야 한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한창 게임이 전성기를 달릴 때의 그 역동성 그 자체였다.
로스트아크도 다시 시작할까 싶다. 스토리가 너무 재밌어서 한동안 내 최고의 게임이었는데, 어느 순간 시들해져서 접었다. 엘가시아, 플레체까지는 했다. 이제 볼다이크로 가야 하는데, 템 레벨이 안돼서 못 가고 있다. 강화를 하자니 해야 될 숙제도 많다.
뭔가 진득하게 마음 붙이면서 스트레스 풀 만한 게 없어서 이러나 싶은 요즘이다. 예전엔 책 읽는 것으로 도망쳤는데, 요샌 그것도 쉽지 않다.